보호대책없는 미선나무 자생지 발견 12년

차를 타고 가다보면 산비탈로 하얀 소금을 뿌려놓은 듯 보이는 꽃이 있다. 미선나무 꽃이다. 언뜻 보면 하얀 개나리꽃 같기도 하고, 멀리서 보면 마치 조팝나무 꽃을 보는 듯하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면 향이 좋고 개나리도, 조팝나무도 아니다.

미선나무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 식물이다. 꽃은 대부분 흰색이고, 가끔 분홍빛을 띤 것도 있다. 미선나무가 속해 있는 물푸레나무과에는 수수꽃다리속, 개나리속 등 여러 속이 있어 각 속마다 여러 식물이 있지만 미선나무속에는 오직 단 하나 미선나무만 있다. 세계적으로 1속1종만 있는 식물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귀한 나무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토종인데다, 1속 1종만 있는 식물이니 말이다. 또 하나 미선나무는 토질이 좋고, 식물이 자라기 좋은 환경에서 나는 식물이 아니다. 대부분 돌이 많은 산기슭 다른 식물이 살기 어려운 곳에 터전을 잡는다. 전문가들의 말로는 미선나무가 다른 식물들과의 경쟁을 피해 자신들만의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에서도 희귀한 식물인 미선나무는 지난 97년 산림청에서 ‘희귀 및 멸종위기식물 173호’로 지정하고 98년에는 환경부가 ‘보호야생식물 49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그 자생지를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선나무 자생지는 전국에 예닐곱 군데에 달한다. 1917년 충북 진천군에서 처음 발견되었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그러나 진천군에서 발견된 미선나무는 무분별한 채취 등으로 멸종돼 1969년 천연기념물에서 해제됐다. 그리고 최근에는 진천군에서 미선나무 자생지가 또 발견돼 군이 미선나무를 활용한 관광활성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미선나무는 중부지역에 많은데, 충청북도 내에서만 괴산군에 세 군데, 영동군에 한 군데 등 네 곳의 자생지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이외에 전라북도 부안군에서 발견된 자생지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지난 2002년엔 옥천군에서 미선나무 자생지가 발견됐다. 처음에는 좁은 지역에서 발견돼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고 여겼고, 그로 인해 문화재 지정도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해가 거듭되며 미선나무는 더 많은 면적에서 확인되고 있다. 처음에 발견됐던 곳은 3만㎡ 규모의 잣나무 군유림 안에서였는데, 군유림의 3/2 정도에서 미선나무가 발견되었으니 면적만 해도 작은 면적이 아니다. 거기에 추가로 발견된 곳까지 포함하면 현재 문화재청이 기록하고 있는 최대 면적지인 영동군보다 자생지 면적이 넓을 개연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옥천 미선나무 자생지가 발견된 이후 햇수로 12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옥천군에서는 미선나무를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세우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는 후속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옥천군의 대표적인 여름철 휴양지인 장령산휴양림에 옮겨 심어 관광객들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고, 몇 차례에 걸쳐 문화재 등재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취재 과정에서 밝혔었다. 특히 2009년에는 문화재청과 충청북도에서 현지조사를 펼치기도 했다. 당시 문화재청 얘기는 보전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미선나무 개체수가 늘어난 만큼 천연기념물보다는 충청북도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군에서도 충청북도 문화재로 지정해 보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도 문화재 지정신청을 하겠다며 필자와 함께 미선나무 자생지 현장을 확인했던 담당자는 결국 도중에 다른 자리로 이동하는 바람에 도루묵이 되었다. 처음 발견된 잣나무 군유림 속에 있는 미선나무는 이제 더욱 커진 잣나무 때문에 생육 환경이 훨씬 더 나빠졌다.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사라질 위기가 초래될 지도 모른다. 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특산 식물 미선나무가 이렇듯 홀대를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 4월1일 미선나무 꽃이 핀 것을 확인한 나는 카카오스토리에 미선나무 사진을 올렸다. 다른 이런 귀한 나무가 옥천에 있느냐며 반색하고 보호대책이 하루빨리 추진되어야 한다고 한 마디씩이다. 그런데 정작 보호대책을 수립해서 추진해야 할 행정기관은 별 관심이 없는 듯하다. 장장 12년이란 세월이 헛되이 흘러갔다.

최근 발견된 자생지는 도로변에서 잘 보이는 지역에 있다. 다만 그 지역이 개인 소유 토지라 군에서 재산권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위치에 있긴 하다. 그러나 잣나무가 심겨진 군유림이라면 다르다. 문화재를 관리하는 담당자나 군수가 조금만 관심을 갖고 있다면 잣나무보다는 희귀하고 전국적으로도 사람을 끌 수 있는 미선나무 보호대책에 신경을 더 써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상식적이고 당연한 것이 오히려 뒤로 밀리는 비상식적인 세상인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옥천 미선나무 자생지가 알려진 이후 12년 동안 문화재 지정은커녕 아무런 보호조치도 하지 않고 있는 옥천군의 행정에는 정말 많은 문제가 있다. 세계적으로 희귀한 보호식물이자 문화재 보호를 행정기관에서 나서지 않고 있음은 말그대로 근무태만이고, 직무유기다.

올해는 미선나무 보호대책과 문화재 지정신청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또 한 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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